시사인과 책 관련 블로거들을 팔로우업해두고 관심이 가는 책들은 목록을 만들어 저장해둔다. 문제는 읽는 책보다 '읽고픈 책' 이 더 많아서 아무리 책을 읽어도 읽어야 할 책들이 떠올라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만든다는 점이다. 그마저도 요즘은 피곤하다는 핑게로 아침-저녁 지하철에서 읽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이 전부이니 그저 부끄러울 뿐이다. <발칙한 유럽산책>은 영국인의 유럽 여행기로 볼 수 있는데, 시종일관 툴툴거리면서도 글 속에 항상 유머가 담겨 있어서 자기 전에 편안한 상태에서 읽을 때나 통근 시간에 무거운 책을 읽기 어려운 때에 적당한 책인 듯하다.
이 달에는 다소 무거운 책들이 포함되었다. 먼저 로버트 O. 코헤인의 <헤게모니 이후>는 신자유주의적 국제관계학자인 로버트 O. 코헤인의 저서이다. 나는 대학 4년을 통틀어 국제정치학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 단순히 유럽의 고대사를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미국의 세계전략이나 국제기구 등 현안과 관련 지어 설명과 토론을 적절히 병행하는 교수님의 수업은 타과 부전공생이었던 나를 국제정치학도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학점도 좋아서 내가 받은 몇 안 되는 A+ 과목 중 하나이다. 국제정치학에서는 크게 국민국가를 주요 주체로 보는 시각과 시민사회 영역(여기서 시민사회는 단지 시민단체에만 국한되지 않고 기업 등 경제 주체나 국제기구 NGO 등을 모두 포함한다.)을 보다 주요하게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데, 자유주의에 기반한 제도주의는 후자에 속한다. 따라서 세계평화를 논할 때에도 전자는 힘에 의해서만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자유주의자들은 국가 간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의존성이 증대되면 점차 전쟁 가능성이 낮아지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이 책도 자유주의적 시각에서 쓰여진만큼 현재와 같이 단일 패권의 헤게모니 구도가 사라진다 하더라도 국제기구나 상호 의존적 관계를 맺고 있는 시민사회 영역이 연계되어 있으므로 헤게모니와 관계 없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관점인 듯하다. 오래간만에 대학생 기분으로 국제관계에 관한 책을 독파해봐야겠다.
다음으로 고른 책은 <열린 정부 만들기>이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웹2.0시대 이후의 열린 정부에 대해 논한 책인데, 의사결정과 정보가 개방된 새로운 거버넌스가 어떠한 모습일지 예상해보는데 유용한 책인 것 같다. 한국에서도 정부 정책이나 소득이나 세금과 관련된 각종 데이터들,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의 민주제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소수의 정보 독점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서 열린 정부가 어느 정도 유효성을 가질지 여부도 궁금한 지점이다.
남은 세 권은 경제서들을 택했다. <유로화의 종말>은 벨기에의 대표 비즈니스 주간지 <트렌드>의 편집장 요한 판 오페르트 벨트가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유로존 위기에 대해 쓴 책이다. 유로존 통합부터 위기에 직면하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하고 전망한 책이다. 사실 국내 매체들의 단편적이거나 혹은 편향된 보도만으로는 유로화 위기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고 이 기회에 유로화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왜 현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해 피상적인 접근이 아닌 보다 깊이 있는 시각을 갖고 싶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의 위기와 별개로 유럽연합이란 단일 공동체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칸디나비아의 복지국가들의 모습을 보면 유로존 위기와 이러한 가치들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도 읽어봄직하다. 유러피언 드림은 노무현 전대통령이 '책이 닳을 정도로' 열독했다고 알려져 있는 책이기도 하다. 끝으로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책 두 권을 골랐는데, 마이클 셔머의 <진화경제학>,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 등이다. 자유주의 경제학에서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규정되어 왔으며 이러한 전제에서 이러한 개인들의 이기심이 제화를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투자할 수 있으므로, 즉 이른바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므로 정부의 시장에 대한 개입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펼쳐 왔다. 대니얼 카너먼은 여기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제학과 행동심리학이 결합된 행동경제학을 탄생시켰다. 이 책은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후 처음으로 저자가 직접 펴낸, 대중을 상대로 한 행동경제학 저서라는 점에서 출시소식을 접하자마자 구입 목록에 추가해 넣었던 책이다. 마이클 셔머의 <진화경제학> 역시 행동경제학과 진화생물학의 시각에서 현 경제상황을 이해하려 시도한 책이다. 즉 경제도 진화와 마찬가지로 질서정연하기보다 수많은 변수들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무엇으로 접근하는 것인데, 이 책은 시골의사 박경철샘의 블로그 서평에서 알게 되어 추가해 놓은 책이기도 하다.
권수로는 다섯 권이지만 한 권, 한 권의 무게가 만만치 않기에(두깨도 만만치 않다.) 삼키듯 후딱 해치우기보다 꼭꼭 씹어먹어야 하는 책들이 아닐까 싶다. 정가로는 10만원이 조금 넘었지만 반디 앤 루니스 출석 체크 이벤트 + 적립금 + 즉시 적립금을 더하니 2만5천원이나 할인받을 수 있어 7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책 다섯 권을 구입할 수 있었다. 2012년 5월 현재까지는 반디만큼 저렴한 곳을 찾기 힘든 것 같다. 아 이건 광고로 보일지도 모르겠는데 못 믿겠으면 검색해보시라. 참고로 난 그런 상업적인 접근이 싫어서 블로그에 베너도 달지 않는다. 다만 몇 백원이라도 수익이 생기면 방문자를 신경쓰게 되고 그러면 방문자들이 좋아할 만한 글만 올리게 될 것이다. 그건 푼돈에 내 자유를 파는 일이기에 난 그럴 생각이 없다. 아무튼 시간은 많지 않은데 이 책들을 읽으려면 좀 더 시간을 꼼꼼하게 써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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